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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각 상실 May 8, 2015

이 포스트와 직접적 연관은 없다. 그냥 퇴원 기념으로 순대국이 먹고 싶다.

이 포스트와 직접적 연관은 없다. 그냥 퇴원 기념으로 순대국이 먹고 싶다.

코뼈 골절후 입원한 몇일간에도(붓기가 빠져야 수술할 수 있으므로 4일간 입원해서 기다림) 냄새를 아주 잘 맡을 수 있었다. 사실 코가 부러진채도 잘 살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수술 후, 들어올린 뼈를 고정하기 위해 솜을 한가득 막고 있었으므로 냄새는 커녕, 몇일간은 숨도 입으로만 쉬고 있다. 본의 아니게 이 몸의 built-in 기능인 미각에 대해 관찰할 기회가 있어 적어본다. 물음표는 이거다. 우리가 이라 생각하는 것이 코가 막힌 상태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대도 미각은 여전히 독립적인 감각인가. 치아보조식을 먹고 있기 때문에 모든 반찬이 갈아서 나오고 있다(장조림도 갈아나와, 두부도 갈아나와…). 냄새 없이 색깔과 갈아진 질감만으로 이 음식이 뭔지 알기란 불가능하다. 정 궁금하면 보호자에게 맛을 봐달라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내가 밥을 먹는다. 음식이 혀에 닿는 순간, 온도, 질감, 씹히는 느낌을 느낀 후 당연히 알아채져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다. 냄새를 못 맡는 상태에서는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걸 모두들 감기 걸렸을 때를 통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일시적 현상이 아닌 미각과 후각의 종속관계(?)가 참 흥미롭다. 흔히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다고 하는데, 정의 자체에 약간의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 시각
  • 청각
  • 후각
  • 미각
  • 촉각

이렇게 되야 하지 않을까.

  • 시각
  • 청각
  • 후각
    • 미각
  • 촉각

어제 환우를 방문해주신 사무국장님은 인간이 느끼는 감각은 언제나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통합의 단계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걸 분리하면 우리는 쉬이 오류에 직면하게 된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렇게 후∙미각은 언제난 함께였나 보다.

추가고 발견된 몇가지를 적고 마무리해본다.

  • 모든 맛을 못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안애순 예술감독님이 주고 가신 물김치의 새콤한 맛은 내가 입원 기간중 맛본 유일한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 식사때 나온 동치미는 그렇지 않았다. 또, 갈아나온 무언가의 짠맛을 알아채졌다.
  • 맛이 느껴지지 않아서 우선적으로 온도, 음식 질감들이 먼저 느껴졌지만 실제로 맛을 느낄 수 있다면 어떤 순서로 알아채지는 걸까. 바뀔 수 있다면 우리가 그걸 선택할 수 있을까.
  • 음식의 맛이 느낄 수 없어서 그런지 뭐가 먹고 싶냐는 주위의 물음에도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먹고 싶은 걸 먹어도 맛을 느낄 수 없을테니까’하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맛이 느껴지지 않자 식욕도 사라진 것이다.

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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